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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및 칼럼

[오피니언] 北주민 인권 증진은 文대통령 책무다

작성자
김혜경
작성일
2018-02-05
조회수
2696

(문화일보 2018.2.5) [오피니언] 北주민 인권 증진은 文대통령 책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 前 외교부 인권대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30일 의회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잔인한 독재정권’으로 칭하면서 “북한만큼 철저하고 잔인하게 자국민을 억압한 정권은 없었다”고 비난했다. 북한 인권의 참혹한 현실을 부각하기 위해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탈북민 지성호 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북한 인권 개선의 당위성을 알리는 한편, 자국민 보호 노력 및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 이행 의지를 과시하는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 북한 인권을 말하는 정치지도자는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렵다. 온통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그 후의 남북관계에만 신경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10개월이 되도록 ‘공식 석상’에서 ‘북한 인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 지난 2일 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의 국정연설에 담긴 북한 인권 관련 언급을 높게 평가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동의를 표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청와대의 공식 발표엔 포함되지 않았다. 가능하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게 현 정부의 속내이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현 정부의 북한 인권 증진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 법 시행의 핵심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최근엔 재단 설립 실무팀 직원을 일부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또, 지난해 9월에 임기가 끝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의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아 공석 상태다. 

반면, 정부는 대화·교류·평화만 강조하고 있다. 저자세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노선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대화·교류·평화는 통일의 필요조건일 뿐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중·대만 관계가 이를 실증한다. 또,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수반하지 않는 평화는 거짓 평화일 뿐이다. 독일 통일은 방송 개방을 통한 동독 주민의 의식 변화와 시민혁명에 의해 이뤄졌다. 따라서 북한 인권 증진, 비교의식의 전파, 사회주의 체제 전환(민주화)을 위한 노력 없는 대화와 교류만으론 평화적 통일은커녕 지속 가능한 평화도 어렵다. 이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여전히 유효한 논리다. 

국제사회는 민족주의 대신 국제주의가 통하는 사회다. 이는 인권·비핵화 등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여러 국가가 협력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자는 주의(ism)다. 북핵과 관련해 유엔의 대북 제재가 유지·강화되는 것 역시 국제주의의 적용 사례다. 북한 인권 문제도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화하여 한국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책임이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인상을 주는 것은 대한민국의 대외적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가 별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양자는 모두 수령독재체제, 국제규범 무시 태도, 폐쇄적 고립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까닭이다. 2일 백악관은 한·미 양국 대통령이 북한 인권 개선에 협력하는 데 서로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제 문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를 통일부 실무자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직접 나서야 한다. 헌법 정신 구현의 최고책임자답게. 그렇지 않고 민족 협력에만 치중할 경우 ‘코리아 패싱’은 물론, 국제사회의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를 자초하게 된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205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