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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및 칼럼

[시론] 북한 인권 관심 없이 북핵 문제 해결 없다.

(서울경제 2018.2.8) [시론] 북한 인권 관심 없이 북핵 문제 해결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평창 고위급 대표로 내려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북한 인권의 열알상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3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기관(EIU)이 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민주주의 지수는 167개국 중 167위를 차지했고, 지난 2006년부터 11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나치의 아우슈비치 수용소보다 더 끔찍한 곳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목숨 걸고 귀순한 비무장 병사와 그의 등 뒤에 대고 무차별 난사하는 북한군의 잔인함 속에서 새삼 북한의 반인도적인 인권유린 실태를 확인한 바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출범 8개월이 지나도록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11년 만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도 2년이 돼가지만 중요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직후인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으나, 막상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 업무는 북한인권팀 인원을 1명으로 줄이고 예산도 축소해 유명무실해졌다. 지금 북한 인권 시민단체들에 대한 지원과 연대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재단의 상근 이사직을 요구함으로써 그 출범을 파행시킨 만큼 현 정부 들어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 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기관으로서 북한 인권의 실태조사, 교육 및 홍보, 의견 표명, 시민사회와의 협력 등을 통해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업무를 줄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아가 정부는 지난해 10월말 중국의 사드보복을 풀기 위해 한·중 합의 시 중국에 대한 굴욕적인 이른바 3불(不)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현안인 재중 탈북자의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한 바가 없다. 살인방조나 마찬가지인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만행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에 물꼬를 트고 여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동력까지 얻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는 아무런 동력도 얻을 수 없다. 북핵 위기의 본질은 주민에게 쓸 돈을 핵과 미사일에 퍼부어도 북한 주민이 말 한마디 못하는 북한의 인권 부재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에는 우리 스키선수들이 마식령스키장에서 북한 선수들과 공동훈련을 하고 왔다지만 그 마식령스키장은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해 만들어진 북한 인권탄압의 상징인 곳이다. 우리 선수들이 북한 김정은의 치적만을 홍보해준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첫 국정 연설에서 북핵에 대한 최대 압박을 공언하면서 북에서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채 탈북한 지성호씨와 북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을 초청해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어서 지난 2일에는 지성호씨를 비롯한 탈북자 8명을 백악관 집무실로 초청해 일일이 사연을 물어보고 얘기를 들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에 들른 트럼프로 하여금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면담케 하고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부각시킨 바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다. 북한인권법에 의하면 정부는 북한인권증진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해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하도록 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실로 북핵 위기 타개를 위해 평창올림픽을 활용할 생각이라면 즉시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마련해 북한 인권 현안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www.sedaily.com/NewsView/1RVMHIHA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