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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Speech

연합뉴스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기조강연

작성자
장수민
작성일
2022-06-24
조회수
1150

1.
여러분, 반갑습니다.
통일부 장관 권영세입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정세가 매우 엄중한 시기에,
우리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정성들여 심포지엄을 준비해 주신
연합뉴스 성기홍 대표이사님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두 번째 세션에서 고견을 들려주실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원장님,
위성락 前 대사님,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님,
김형석 前 통일부차관님과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님께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
여러분,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지금의 국제정세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질병, 재난, 경제안보 등
새로운 유형의 안보 위협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상황을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서
자신들의 전략적 입지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고,
이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질서 전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이루고
자유민주주의 통일 한국으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상황 전개는 매우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중러의 전략적 경쟁이 진영간 대립 구도로 더욱 더 뚜렷해지고
그 틈새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한다면,
남과 북은 원심력에 의해
각각의 진영 쪽으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북한의 핵개발 고도화와
이에 따른 불안정성으로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패권 경쟁은 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운 일인 만큼,
우리는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남북관계에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구심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중러 패권경쟁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오늘 논의될 내용들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오늘,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어떤 대북정책을 펼쳐가고
어떻게 남북관계를 변화시킬지에 초점을 맞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
여러분,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큰 틀에서 말씀드린다면,
‘이어달리기’라는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과거 진보정권들의 유연함과 보수정권들의 안정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역대 정부들의 합의와 성과들이
새 정부에서도 모두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굳건히 지켜나가면서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전향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북한과 대화와 협력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도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큰 틀 아래서,
국제적 진영구조와 신냉전의 흐름이 한반도에 고착화되지 않도록
비핵, 평화와 번영의 남북관계 선순환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물론, 북한의 핵개발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진영의 입장이나 시각에서 벗어나,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남북관계 앞에는 제재라는 장벽이 놓여 있습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철도·도로 연결 등
대표적인 남북협력 사업들도
정부가 강한 의지로 추진하려 해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근본적으로 제약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효적이고 규모 있는 남북협력 사업을 벌이는 것이
북핵 개발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한
남북 협력과 관계 개선 의지를 가졌음에도,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조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구심력의 형성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시작되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북핵은 일단 놓아두고 대화와 협력을 해보자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언어적 수사에 다름 아닙니다.

또한, 북핵 문제를 북한과 미국의 문제로 보는 일부 시각도
저는 매우 잘못된 상황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안보에 직결된 사활적인 문제인 만큼,
우리가 주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정착,
남북간 신뢰구축을 어떻게 맞물려 진전시킬 것인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어떤 공동번영의 시대로 진입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나갈 것입니다.

기존의 남북 합의들이 왜 지켜지지 못했는지,
남북 공동선언들에도 불구하고 왜 핵개발이 지속됐는지,
근본적인 차원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을 것입니다.

한 발자국도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현실을 냉철하게 인정하면서,
담대한 계획을 실천으로 전환시킬 단초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구상에 대해,
선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하고,
단번에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제가 오늘 확실하게 말씀드리건대,
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라는 원칙은 견지하되,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발전, 북미대화 등의
선순환 동력을 만들어 갈 수만 있다면
그 선후를 구분하지 않고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또한, ‘담대한 계획’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풀겠다는 구상이
결코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계획은 담대하나, 이를 위한 대화의 시작과 이행은
한걸음, 한걸음씩 작은 발걸음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4.
여러분,

저는 현재의 국제사회 진영구도를 극복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남북간 전략적 소통·협력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핵 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고 협력의 걸림돌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면으로 부딪혀서 풀어나가야 할 사안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모든 남북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오히려 비핵화도 이뤄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한국으로 가는 것이지,
비핵화 자체가 우리의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남북간 신뢰 구축이 선행해야
협상 재개 여건을 만들어 나가면서
북핵문제 해결 또한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남북간 문화, 역사, 예술, 방송 등 교류,
미세먼지・자연재난・기후위기 등 그린 데탕트,
산림・농업 분야 협력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부터 시작해서,
지속가능하고 호혜적인 협력사업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그린 데탕트는 신안보 사안에 대해 남북간 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가간 초국경의 협력과 소통을 가져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이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떻게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이루는 동시에,
남북간 소통과 협력을 이루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신뢰의 구도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우리 내부 진영 간 갈등을 풀어내고
초당적 신뢰와 협력의 구도를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북핵 개발을 막기 위한 제재를 ‘전쟁할거냐’고 공격하는 일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교류협력을 모두 ‘퍼주기’로 규정하는 일도,
우리 미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로 방법은 다를지언정 목표는 다를 수 없을 텐데,
진영의 입장에서 서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원칙을 존중해야 하고,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의 유연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은 오랜 기간 한 정권에 의해 지속되고
우리는 정권교체가 잦은 불리한 구조인 만큼,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 초당적인 대북정책입니다.

남북협력 사업 추진 하나만 보아도,
단순한 인적왕래, 공동 조사・연구, 기초 설비가 필요한 사업부터
규모 있는 사업까지 다양한 수준과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사업이,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북한 비핵화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관계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지,
초당적인 고민을 통해 중지를 모아야만 합니다.

우리가 초당적 대북정책을 견고하게 지켜나가야만,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원칙을 지키되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진영을 뛰어넘는 소통과 협력을 이끌고,
대북정책의 초당적 합의를 이뤄나갈 계획입니다.

둘째는 남북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와 신뢰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북한 핵개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합의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자유주의 진영의 신뢰와 지지가 없다면
남북간 협력 사업을 재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협력 사업들이
인류 보편의 가치와 국제질서를 지키고 있고,
국제 평화와 협력에 기여하는 일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뢰를
국제사회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입니다.

공고한 한미관계를 기반으로 조율되고 일치된 접근을 통해
대북정책 추진의 동력을 마련해 나가되,
중국과도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의 틀을 만들어서
북한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만 이뤄낼 수 있다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상당 수준의 인프라 사업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2375호 1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동인프라사업’ 등을 활용해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서 전략적 소통・협력 공간도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사회의 신뢰, 지지, 공조의 토대를 만들어
보다 힘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북한 당국의 신뢰를 담보해내는 일입니다.

지난 정부 대북정책이 갈수록 힘을 잃은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조급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린 것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내부의 합의도 미진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도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에 제시했던 장밋빛 청사진들이 하나 둘 지켜지지 않은 결과로
남북관계가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저는 북한 당국도 믿을 수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 제재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북한 당국에 할 말은 제대로 해야 되고,
이를 기반으로 허황된 약속이 아닌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작은 약속이 하나하나 이뤄져 나간다면
북한도 우리 정부를 믿고 변화의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은 대화를 거부하고 도발을 반복하고 있지만,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협상력을 키우고, 보다 유리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면,
저는 이야말로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전략적 선택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며,
결국 더 강화된 제재와 억제만을 쌓아 올려서
먼 길을 더 힘겹게 돌아오게 할 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기존 정부들과 분명 다를 것이고
저는 더더욱 다른 자세로 북한 당국을 대할 것입니다.

꼭 어떤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형식의 틀에 갇히기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화를 책임 있게 나눌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북측에 허심탄회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5.
여러분,

대한민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성취한 동시에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뤄낸 위대한 나라입니다.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에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도 클 것입니다.

우리가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통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어려운 길이라도 원칙을 지키며,
남북관계와 국제질서가 상생의 구조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매우 엄중하고 무겁지만,
미중러의 패권경쟁 속에서 한반도 미래로 나아갈 길은
오히려 매우 뚜렷합니다.

남북관계에서 비핵,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이루고,
탄탄하고, 묵직하게, 되돌릴 수 없는 한걸음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 국내외 전문가 여러분들께서
한반도 비핵・평화・번영의 길을 위해 실질적인 제언을 해 주시고,
정부의 노력에 많은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마음을 열고 여러분들의 제언을 경청하여
대북정책 추진의 새로운 이정표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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