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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의식주 생활

경제난 이전 북한 주민의 일반적인 생활모습은 비록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정도로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류를 비롯한 각종 생활필수품은 국영상점에서 공급받거나 구매하고, 식량은 국가로부터 배급받으며, 국가가 지어서 배정한 주택에서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심각한 경제난을 거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의식주를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시장에서 개인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첫째, 지금도 국영상점에서 의류와 생필품을 공급받거나 구매할 수 있지만, 양이 충분하지 않고 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대다수 북한주민은 시장을 이용한다. 2011년 이후 북한 사회를 벗어난 북한이탈주민 중 90% 정도는 북한에 거주할 당시 주로 입는 옷을 시장에서 구매했다고 증언한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백화점·외화상점에서의 구입 비중도 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북한 사회에서도 중저가 대중 시장과 고가의 고급 또는 수입품 시장으로 분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북한 주민 중에서 식량 배급에 많이 의존했던 이들은 도시에 사는 노동자이다. 협동농장 농민은 국가를 거치지 않고 협동농장에서 자체적으로 식량을 분배받기 때문이다. 경제난 이후 북한 당국은 배급 대상을 당·국가기관 종사자, 교사, 군인 등으로 축소하고,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공장·기업소가 국가로부터 식량을 구매하도록 식량 공급 체계를 바꿨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2015년에는 114만 7천 톤, 2018년에는148만 6천 톤의 식량이 부족했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아직도 북한사회의 식량 사정은 좋지 않은 편이다. 김정은 총비서도 2021년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식량 부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농사를 “당과 국가가 최중대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투적 과업”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 사회에서는 주민이 스스로 경작하거나 시장에서 구매해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도시 노동자들은 도시 인근에 ‘소燒토지’를 일궈서 직접 식량을 생산하고, 자가 소비 이후 남는 식량은 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소토지 경작은 아직 북한 사회에서 불법이지만, 실제로는 협동농장 농민들이 시장에서 파는 식량과 함께 주민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필수 요소가 된 상황이다.

 

셋째, 국가가 지어서 배정해 준 주택에서 사용료를 내고 임대 형식으로 사는 것이 과거 북한 주민의 일반적인 주거생활이었다. 하지만 경제난 이후, 한편으로는 시장화가 진전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주택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거생활이 많이 바뀌고 있다. 북한 사회에서 금지된 개인 간 주택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사 밑천이 필요하거나 장사에 실패한 사람들, 식량 확보가 절실한 사람들은 국가 소유 주택을 비합법적으로 매매한다. 반대로 시장에서 돈을 번 주민은 좀 더 생활여건이 좋은 집으로 옮기기 위해 비합법적인 주택 거래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비합법적 주택 매매는 ‘살림집리용허가증’(입사증) 발급 권한을 가진 부서의 간부들, 전문 부동산 중개인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국가기관이 ‘돈주’, 개인건설업자 등과 연합해 주택을 신축한 뒤, 결혼으로 자식을 분가시켜야 하는 경우처럼 주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러한 주택 매매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활성화 됐다고 증언한다. 이 시기는 종합시장이 설치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때와 일치한다. 2011년 이후 북한 사회를 벗어난 북한이탈주민 중에서 북한에 살 때 살림집을 개인적으로 구매했다는 응답률이 연도별로 편차는 있지만 평균 50%대를 기록하고, 국가에서 배정받았다는 응답률은 평균 20%대에 못 미칠 정도로 이제 북한 주민에게 주택 마련은 국가의 몫이 아니라, 어떻게든 개인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한편, 2008년 북한 인구센서스 자료를 보면, 당시 북한 사회에서한 세대 숫자는 ‘4인’이 가장 많았고, 가장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 형태는 1동 다세대 연립주택이었다. 그런데 유엔인구기금과 북한 중앙통계국이 공동으로 2015년에 발간한 「2014년 북한의 사회경제, 인구통계, 보건 조사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Socio-Economic, Demographic and Health Survey 2014」에 따르면, 단독주택32.8%, 연립주택 41.7%, 아파트 25.0%로, 2008년에 비해 단독·연립주택 비중은 줄고, 아파트 비중은 늘어났다. 북한 사회에서도 점차 아파트 주거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출처 : 2022 북한이해(통일교육원)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