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차별정책

차별정책에 관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주요 조사결과
북한은 스스로를 모든 분야에 있어서 평등과 비차별, 그리고 공평한 권리가 온전히 보장받는 국가라고 내세워왔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실제로 북한은 차별이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는 심각하게 계층화된 사회로, 이러한 차별은 비록 지난 십 년간 시장의 활성화와 기술발달로 인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통해 다소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조사위원회는 북한에는 당국이 조장한 차별이 만연해 있으나, 점차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본다. 북한 사회에서의 차별은 ‘성분’ 제도라 불리는 차별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성분’제도는 사회 계급 및 출생에 따라 주민들을 분류하며, 정치적 견해와 종교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성분’에 따른 차별은 북한 사회에 똑같이 만연한 남녀차별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비록 국가에 의한 시정의 움직임이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행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성분’ 제도에 반영되어 있는 정치적 충성도 및 집안배경에 따라 분류되는 사회계급에 기초한 공식적인 차별 제도를 조장하고 운영해왔다. 본래 ‘성분’ 개념은 1945년 이전의 전통적 엘리트 계급을 새로운 지도층과 당국에 충성하는 새로운 “혁명적” 엘리트 계급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목표에서 출발하였으므로 사회구조를 재조직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은 수백 년간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위계질서를 재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분’ 제도는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생계를 위한 직업, 특정 교육에의 진학, 또한 거주지 및 특히 평양과 같이 좋은 지역에 살 수 있는 기회를 포함한 기타 서비스에의 접근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성분’ 제도하의 전통적인 차별은 최근 들어 북한 내 시장경제의 확산 및 외화를 포함한 화폐의 영향으로 주민들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더욱 복잡해졌다. 외화의 증가와 부패의 심화는 새로 출현한 경영 엘리트와 그 밖의 신흥계층들이 정부주도의 차별을 피할 수 있는 재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이동전화와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시장 제도의 운용과 지식 및 정보 교류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통상분야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사업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일정 부분 ‘성분’에 의해서 결정된다. 기본 공공 서비스가 붕괴하거나 돈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재산도 없고 유리한 ‘성분’도 아닌 주민상당수가 점점 소외되고 추가적인 차별을 겪고 있다.

‘성분’에 기초한 차별은 대도시 간 생활 여건상의 극명한 차이를 통해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최고 ‘성분’ 출신인 엘리트 계층이 집중화된 평양과 낮은 ‘성분’ 출신자들이 역사적으로 배치되었던 외지간에 크게 나타난다. 북한에서 차별은 지도층이 대내외적 잠재 위협으로부터 주민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시킬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형식 및 법적 평등을 보장하고자 한 초기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성 평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실제 남성 주도의 북한 당국은 경제적으로 지위가 높아지는 여성과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여성 모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대우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1990년대 대기근 당시 많은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개인적으로 장에 나와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마흔 미만의 여성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에 많은 제재를 가했다. 북한에서 성 차별은 여성에게만 뇌물이나 벌금을 내게 하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최근에는 북한 여성들이 그러한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

북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 걸맞는 사회·정치적 영역에서의 발전이 뒤따르지 못하였다. 북한에서 아직까지도 고질적인 가부장제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순수하고 순결한 북한 여성이라는 성적 고정 관념을 유지시키려는 목적으로 여성에 대해서 노골적인 차별 대우 및 제재를 가했다. 북한 사회 전역에 여성에 대한 성폭력 및 성별기반 폭력이 만연해 있다. 피해여성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도 어떠한 보호나 지원 서비스, 또는 법적 구제도 받지 못한다. 정치 영역을 볼 때, 여성은 당 고위 간부급 중 겨우 5%만 차지할 뿐이며 중앙 정부 관료 중 10%만이 여성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다양한 인권 침해 상황과 맞물려 여성들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 식량권 및 이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여성들을 인신매매에 노출시키고 점점 성 매매 및 매춘으로 몰고 갔다. 표현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원천적 봉쇄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북한 여성들은 세계 여타 지역의 여성들처럼 집단행동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기회를 박탈당하였다.

김일성이 맑스-레닌주의를 수용하고 북한이 사회주의 국제주의 대열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외세로부터 순수성이 유지되는 한민족에 대한 순수 혈통주의를 표방함으로써 이러한 이데올로기에서 유리되었다. 이는 외부세력의 영향을 거부하고 주체사상에서 강조하는 내적 지향성을 강조하는 흐름을 구성하였다. 이와 같은 외부세계의 의도적 단절은 김일성의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는 근거가 되었다. 북한의 내적 지향성은 주체사상의 한 부분이다. 주체사상의 나머지 주요 부분은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를 심화시키는데 할애되어 있다. 주체사상은 고립주의 정책을 정당화시키고 김일성(이후 김일성 후계자들)을 적대적인 외부세계로부터 북한을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상으로 추앙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북한의 순수한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북한 당국이 장애인에 대한 접근을 향상시키기 위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장애인들이 특히 차별을 받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정 정도의 차별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지만, 조사위원회는 북한에서는 공식적 차별 제도를 운영해 개개인의 인권 향유에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 당국의 이례적인 주민통제 범위를 감안하여 볼 때, 이러한 공식적인 차별은 주민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북한에서의 차별은 지도층이 대내외적인 잠재 위협으로부터 주민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시킬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출처: 2014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통일연구원 국문번역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