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 평화체제를 말하다 |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6-09-23
- 조회수
- 488
(원로들, 평화체제를 말하다)
(임동원 장관 전 통일부 장관)
(육군사관학교 교수·육군 소장 예편, 주나이지리아·주호주 대사,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제25·27대 통일부 장관, 제24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역)
이제훈 원장(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장)>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73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정전이라는 이름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볼 분은 군인으로서 한국군 현대화 전략을 설계했고 외교관으로서 대한민국 탈냉전 외교의 길을 열었으며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남북합의서 논의 전 과정에 참여했고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의 산파 노릇을 했습니다. 식민과 전쟁과 분단의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이 결국 평화를 만드는 일에 평생을 걸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오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북의 세 최고 지도자를 모두 직접 만난 유일한 한국인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과거의 경험에서 지금의 한반도가 나아갈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장관님 어서 오십시오.
임동원 장관>
감사합니다.
이제훈 원장>
장관님은 육군사관학교에서 공산주의 비판과 대공전략을 가르쳤고 군에서는 자주국방전략을 설계했습니다. 이처럼 총을 든 군인이 대화와 평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임동원 장관>
1990년을 전후해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끝납니다. 40년 동안 지속되어 온 미소 냉전의 종식은 유럽에서 공산권 국가들이 모두 시민혁명을 통해서 체제의 변화를 일으키고 그다음에 분단된 독일이 통일을 이룩합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지각변동을 맞이해서 한반도에서도 냉전을 끝내고 평화를 이룩하고 그리고 독일처럼 통일을 이룩할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반공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 그리고 통일이 시대적,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확신하게 됨으로 인해서 피스키퍼에서 피스메이커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훈 원장>
탈냉전기 남북관계를 정초한 91년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접 북쪽 대표들과 오랫동안 협상하셨습니다. 당시 협상을 하면서 그래도 남북이 여기까지는 합의할 수 있구나라고 느낀 특별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습니까?
임동원 장관>
남북고위급회담 초기에는 남북 사이의 통일 방안의 차이 때문에 아무런 진전을 이룩할 수 없었어요.
1990년에는 북한은 냉전이 끝나고 좋은 시기가 왔으니까 당장에 선통일 후 관계 개선을 주장했고, 우리는 그거는 불가능하니까 선관계 개선 후 통일로 나가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게 됐는데. 1991년에 국제정세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소련과 중국이 대한민국과 수교하게 되면서 이 두 나라는 한국의 유엔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게 되고 또한 중요한 변화는 미국이 전 세계에 배치되어 있던 전술 핵무기를 모두 철수한다. 한반도에도 군산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걸 다 철수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와 큰 변화, 특히 중국과 소련이 북한에 대해서 더 이상 고집하지 말고 남한과 함께 한국과 함께 유엔에 가입하라고 강력한 권고를 함으로 인해서 북한이 불가피하게 이를 수용합니다.
그래서 남북이 유엔에 공동 가입하게 되는데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우리나라 최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국제사회와 더불어 남과 북이 모두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어버린 거예요. 북한의 하나의 조선론도 깨지고 연방제 통일 방안도 깨지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다시 재개가 되는데 제가 협상 대표로 나가서 유엔 공동 가입을 위한 협상 때 우리가 제기했던, 남북이 국제사회에서는 주권국가이지만 남북관계는 특수관계로 하면 되는 것이다 하는 주장을 북한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게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들어간 내용인데, 남과 북은 유엔에 공동 가입해서 각각 주권국가이지만 남북관계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로 보지 말고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 과정이라는 게 중요해요. 통일이 갑자기 안 된다는 것을 북한이 인정한 거예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 하는 것에 남북이 합의합니다.
그럼 이 특수관계가 어떤 것이 돼야 되는가 하는 것을 협상을 통해서 합의한 것이 남북기본합의서인데 이 남북기본합의서 25개 조항을 저는 통상 여섯 가지로 요약해서 그 내용을 얘기하곤 하는데.
첫째 남북이 전쟁을 하고 서로 원수가 됐지만 이제 그만 화해하자. 화해.
둘째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자.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 남북대화가 되지 않는 거 아니에요?
세 번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모든 방면에 있어 교류하고 협력하자.
그다음에 넷째는 전쟁하지 말자. 불가침.
그다음에 불가침을 보장하기 위해서 남북이 군비 통제하자. 군사력을 너무 많이 갖고 있어.
군축을 감행하자 하는 것이죠. 그리고 여섯 번째로는 정전체제. 정전체제가 남북 적대관계의 출발점인데 정전체제를 남북 사이에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가자 하는 것이 남북기본합의서에 수록된 핵심 내용들이에요.
이제훈 원장>
남북고위급회담 전체 모든 과정에 참여한 유일한 분이시지 않습니까? 혼자만,
다른 분들은 중간에 대표들이 바뀌었는데.
임동원 장관>
그렇죠.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3년간 했어요.
이제훈 원장>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문제와 핵 의혹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도 강경론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와중이었고요. 그런데 당시 정부는 오히려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자는 포괄적인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안보 위기가 커질수록 더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평화구상을 꺼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임동원 장관>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된 국제문제라는 성격을 띠고 있죠. 남과 북이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여기에 동의하고 협조해주지 않는 한 합의를 이행할 수가 없는 것이죠. 그것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절실히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부터 깨닫고 한반도 문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해야만 된다.
냉전구조를 네 가지 요소로 요약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데, 첫째는 남과 북의 적대관계, 둘째는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 세 번째는 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의 군비 증강 문제, 네 번째는 적대관계의 기초가 되는 정전협정.
이 네 가지의 문제는 서로 연관성이 있고 상호 의존성을 갖고 있어요. 어느 하나만 먼저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할 수가 없는 거예요. 네 가지를 포괄적으로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냉전구조 해체, 평화 프로세스, 해체하는 과정이 평화 프로세스인데 이것부터 해나가야 된다. 그렇게 판단한 것이죠.
이제훈 원장>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장관님께서 대통령 특사로 먼저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첫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만든 가장 결정적인 조건 또는 선택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임동원 장관>
제 생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통일 철학과 그다음에 강력한 실천의 의지와 또한 실행력 이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집권하자마자 그분이 한 것이 북한 체제를 인정, 존중하겠다. 그리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해 협력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 이래서 북한이 당장에 호응이 없었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하고 인도적 원조를 하고, 이러다 보니까 신뢰가 조성돼서 그 신뢰가 남북관계 개선의 밑바탕이 된 것이죠.
이제훈 원장>
요즘 다시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한테는 다소 추상적으로도 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관님 평화체제는 정확히 무엇입니까? 장관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는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
임동원 장관>
여기서 평화 프로세스라는 것은 아까 말씀드린 한반도 냉전 구조를 해체해 나가는 과정이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에요. 그것을 평화 프로세스라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계속 불렀어요. 그 결과의 산물이 평화체제예요.
그런데 그 평화체제는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그래서 종전을 선언한다. 그런데 끝이 아니라 종전한 후에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한반도 종전 후에 한반도 평화의 담당자는 남과 북이 돼야 되고 남과 북은 남북연합을 형성해가지고 통일을 지향하는 여러 가지 노력을 계속해야 될 것이다 하는 것이죠. 그것을 평화체제라고 저희들은 불렀어요.
그러니까 평화 프로세스는 과정이고 평화체제는 그 결과의 산물, 평화체제다. 그런데 그 평화체제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 분단을 고착시키는 평화체제가 아니라 분단을 고착시키면서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통일을 목표로 하는 평화체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훈 원장>
한반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늘 따라오는 핵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평화가 가능하다. 의견이 있습니다. 반대로 평화와 안전이 보장돼야 핵 없는 한반도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오랫동안 두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씀해 오셨습니다. 비핵화 문제와 평화체제는 어떤 관계에 있다고 보십니까?
임동원 장관>
북한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의 산물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관계 개선을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협조를 하지 않는 한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우리 보수정부에서 선핵 해결, 선핵 후 남북관계 개선 이건 잘못된 접근 방법이에요. 핵문제 해결이 그렇게 간단히 되는 게 아니잖아요.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되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되는 게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병행해야지. 선 핵 해결, 이거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는 것입니다.
이제훈 원장>
장관님께서는 최근에도 남북미중, 그러니까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합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이 참여하는 4자 평화회담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왜 하필 네 나라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임동원 장관>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가 네 나라예요. 물론 세 나라가, 북한, 중국, 그리고 미국, 유엔사를 대표해서 미국이 했는데 한국은 이제 이승만 정부가 반대했죠.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데 같이 도장을 찍지는 않았지만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으로 봐야 된다 하는 것을 남북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었어요. 제가 그 협상을 쭉 했는데 결국은 북한도 그걸 인정했어요.
그래서 4자는 이렇게 미국, 중국, 남북한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네 나라가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주체가 돼야 된다는 것이죠.
이제훈 원장>
장관님께서는 지금의 움직임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 그다음에 이재명 대통령의 평화체제가 가장 완벽한 안보자산이라는 공개적인 발언 이런 움직임들이 실제 대화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신호라고 보십니까?
임동원 장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아주 열망하고 있죠. 그러나 북한이 공개적으로 호응해왔다는 것은 아직도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과 북한이 물 밑에서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 그것도 확실치 않죠. 공개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저렇게 계속해서 할 수 있다, 한다는 것을 주장한 것을 볼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우리로서는 꼭 그것이 성사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신경을 써야 될 문제는 뭔가 하면 언제 어디서 열리느냐 이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만일 열린다면 무엇을 논의하고 무엇을 합의할 수 있는가 무엇 때문에 정상회담을 하려고 하는가 하는 게 더 중요하죠. 그냥 북한은 만나서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한 장 찍고 한다면 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이죠. 그러면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이고 무엇을 이룩해야 하는가와 관련해서는 이미 2018년 싱가포르 합의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앞으로 이렇게 하자 하고 합의한 거 있어요.
그중에 세 가지가 핵심적인 건데 첫째는 70년 동안 유지해온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새로운 미북관계를 수립한다. 그러니까 미북관계를 새로운 관계로 한다는, 관계 정상화에 나간다는 것이 핵심 중에 핵심이에요. 두 번째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간다는 대단히 중요하죠. 그리고 세 번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합의했는데 그 방향에만 합의했고 그걸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하느냐 하는 것을 하노이 회담에서 시작을 했었어야 했는데 깨져버렸잖아요.
지금 다시 한다면 그 실천 방안에 대해서 예를 들면 첫째로 미국 적대관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군사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폐기하고 군사적 압박을 그만하고 하는 것이 핵심이겠죠.
경제적으로는 제재 조치를 완화하고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겠죠.
외교적으로는 평양과 워싱턴에 대표부를 설치해서 우선 대화의 물꼬를 트고 점차적으로 대사급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 이렇게 해서 관계 정상화에 나가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또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을 폐기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폐기하고 그다음에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게 문제 아니겠어요.
정전협정에는 다섯 가지 중요한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첫째는 군사분계선 그다음에 비무장지대, DMZ. 그리고 군사정전위원회, 그리고 중립국감시위원회, 그리고 외국군 철수 문제. 이 다섯 가지가 정전협정의 핵심적인 문제인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을 합의하고 처리의 길을 마련해야만 종전을 선언할 수 있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미북 정상회담 언제 어디서 열리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논의하고 북한은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 어느 정도의 보장 없이는 회담에 나오려고 하지 않을 거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는 꼭 어떻게든지 실현되어야 된다 하는 것이 우리 측의 입장이 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이제훈 원장>
북한은 요즘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과거의 남북 합의에서 여전히 유효한 원칙이나 정신은 무엇이고, 그 가운데 특별히 되새길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임동원 장관>
저는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나는 남북기본합의서고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내용이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간단히 말할 것은 유엔에 공동 가입해서 두 개의 주권국가지만 남북관계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로 보지 말고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특수관계라 하는, 이 원칙을 계속 유지해야 됩니다. 최근에 북한이 이것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그건 다시 지키게 만들어야 되겠죠. 지키게 될 겁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로는 6·15 남북공동선언인데 6·15 남북공동선언은 통일 문제를 논의했어요.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만 얘기했는데 통일은 반드시 이룩해야 된다. 그런데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 문제는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하는데, 평화적으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룩해야 된다 하는 데 합의를 봤어요.
남북연합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합의하자. 통일하자. 이 두 가지 합의가 지난 30년간의 합의 중에 가장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 방침을 계속 합의를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훈 원장>
장관님께서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분단, 한국전쟁을 직접 겪었고 이후 남북의 대결과 대화가 반복되는 과정도 모두 지켜보셨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통일이나 남북문제가 자신의 일상적인 삶, 자기의 삶과 멀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태어났을 때 이미 분단이었고 같이 살았던 경험도 없고요. 주변에 이산가족도 없고 이게 나랑 무슨 관계가 있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사신 분으로서 역사의 현장을 굽이굽이 헤쳐 오신 분으로서 그 젊은 친구들한테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동원 장관>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많은 젊은 사람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 됐죠.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젊은이들이 명심해야 될 것은 통일은 반드시 이룩해야 할 민족 지상 과제이다. 통일을 포기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왜 그런가?
분단된 상태에서는 남북의 정통성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항상 갈등과 대결과 분쟁 더 나아가서는 전쟁의 위험을 피할 수 없어요.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을 이룩해야 되는데 그런데 그 통일이 갑자기 이룩될 수가 없는 거예요. 평화통일이, 평화적으로 해야 되는데. 통일의 방법은 평화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고 전쟁을 통해서 하는 방법이 있는데 전쟁을 통해서 한다는 것은 민족 공멸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건 배제해야 된다 이거죠.
그래서 반드시 평화적으로 통일을 해야 되는데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려면 그건 갑자기 되는 게 아니라 이게 상당히 오랜 시간이고요. 점진적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거예요.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그 과정을 우리는 포기해서는 안 되고 이렇게 평화를 만들어가면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된다 이것이죠.
그래서 제 얘기는 통일이 갑자기 될 수가 없기 때문에 당장 통일하자 하는 게 아니고 먼 훗날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 지금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면서 평화 공존하면서 나중에 평화 통일을 이룩해야 된다.
이것이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래서 결코 통일을 포기해서는 안 되고 분단을 유지하면 남북이 서로 적대관계 전쟁 잘못하면 전쟁하게 되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화공존하면서 평화통일을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 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제훈 원장>
긴 말씀 감사하고 오늘 제가 준비한 질문은 마쳤습니다.
임동원 장관>
감사합니다.
이제훈 원장>
오늘 임동원 전 장관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니 한반도의 평화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서로 대화하고 위협을 줄이고 신뢰를 쌓아가는 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6년 우리는 정전 이후의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원로들, 평화체제를 말하다」 그 첫 이야기,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했습니다. 장관님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임동원 장관>
감사합니다.